*월간 토마토 200호 축하해
지역 구석구석 살피고 반들반들 만져 한 권으로 내놓은 지 벌써 200개월.
200호를 맞은 대전지역 잡지 월간 토마토.


토마토를 닮은 200호 글씨와 색깔이 정말 귀엽다.
기념 원고지와 연필 한 자루도 함께 받았다.
선물 받은 느낌 너무 이득~


200호를 만든 사람들과 함께한 이야기들.
코팅된 듯 빛을 반사하는 종이가 아니라 책 같은 종이 질감이라 좋았다.
인터뷰와 정보성 르포, 기고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인터뷰가 특히 좋았는데 일관된 담백한 톤이 인상적이었다.
아마 대단한 메시지보다 사람 인생을 중심에 두고 이야기가 전개돼서 그렇게 느껴진 것 같다.
*책갈피

●영업종료, 그리고 '언젠가 다시'를 꿈꾸며
-자양동 카페 온종일 운영자 박종일 씨.
(12p, 임유진)
꿈꾸던 공간을 꾸리고 취향을 담아 가꿨지만 지난해 문을 닫게 됐다.
1년 넘는 시간 동안의 소회를 담았다.
카페를 운영하는 목표, 고마운 사람들, 그리고 그만둬야겠다고 결심한 순간.
단골 카페 사장님의 이야기를 옆에서 듣듯 뭉클했다.

●일천 년 세월 세금천 위에 오롯이
-진천 농다리
(18p, 이용원)
충북 진천 농다리는 세금천 위에 놓인 돌다리다.
고려 초 지어져 천년의 시간을 강 너머와 이어주며 자리를 지켰다.
그시절 없어선 안 되는 존재로 마을의 돌봄을 받았다.
이제 '문화유산'으로 국가의 보호를 받지만, 마을과 이야기가 사라진 농다리는 외롭다.
옛것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게 지켜지진 않는다.
필자는 관리도 중요하지만, 매력적이고 고유한 서사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트럭 한 대 몰고 길 따라가는 것도 인생이지요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주황룡 씨
(32p, 정현우)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이야기다.
구구절절하지만 꼭 소개하고 싶다.
38년 간의 공직 생활을 마치고 선택한 직업은 트럭 양말장사.
아내가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 '개굴이 보부마켓'의 판매 일을 돕기로 했다.
특이점은 전통시장을 돌아다니며 팔겠다는 것이다.
시대를 역행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이 결심엔 그의 청년 시절 기억이 강력하게 작용했다.
이십 대 초반 친구들과 함께 삼성사거리에서 리어카 행상을 했었는데 정말 재밌었다고.
이후 공무원 시험에 덜컥 합격해 그대로 직장인으로 살았다.
퇴직 전 암 투병은 이십 대에 묻어뒀던 꿈을 행동으로 옮기도록 도왔다.
앞으로 방방곡곡 돌아다니며 세상을 구경할 계획이다.
그의 트럭은 단순히 양말을 싣고 다니는 수단이 아니다.
빛나는 20대의 추억, 앞으로 삶을 향한 부푼 기대, "인생의 맛과 멋을 즐기는 이동식 인생 마켓"이다.

●독자와 <월간 토마토> 과거, 현재, 미래를 말하다
-200호 발간기념 집담회- 박종선, 이경진, 이유나 독자
(50p, 이용원 정리)
Q. 나에게 월간 토마토는 어떤 의미인가
이경진: 월간 토마토를 읽으면 관심 두지 않으면 가 볼 수 없고 발길이 닿지 않는 대전의 구석구석을 알게 되어서 좋다.
박종선: 공공기관이 아닌 민간이 기록한 소중한 아카이빙 자료. 매월 당시 도시의 모습을 기록하고, 사람을 만나고, 이슈를 취재한다. 일종의 향토 역사서.
이유나: 주류 언론에서 관심을 두지 않는 내용을 깊게 다룬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관심 있는 주제의 다른 면을 볼 수 있다. 친구 이야기도 만날 수 있다.
*월간 토마토 구독하기
https://online.mrm.or.kr/a3r0lHf
*끝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사랑한 사람들이 있는 곳.
끝내주는 천이 흐르고 어디로 눈 돌려도 산이 있다.
원도심과 신도심이 어우러져 어딜 말해도 머릿속에 지도가 척척 그려지고 교통편이 떠오른다.
나를 키워주고 품어준 내가 사랑하는 나의 도시 대전.
서울로 이사온 지 이제 반년 조금 넘었다.
떠나고 싶지도 떠날 계획도 없었지만
월세를 내고 생활하고 나니 적금 넣을 돈이 없었다.
저금 따윈 하지 않아도 되는 삶이라면 모를까. 희망이 없는 처우에 대전을 떠나게 됐다.
6개월 동안 나와 함께 일하던 같은부서 또래 동료들도 모두 서울로 이직했다.
아직 한 회사에 다니던 때 입을 모아 말하던 게 있다.
"월급 딱 20만 원만 더 주면 회사에 뼈를 묻을 텐데."
나의 도시에서 나의 고향이 된 대전은 여전히 특별하고 애틋하다.
떠나고 나서야 더 사무치는 것들이 있다고 했던가.
나는 여전히 대전 사람이고,
대전은 떠나온 곳이 아니라 돌아갈 곳으로 인식된다.
그래서 월간 토마토를 구독하기 시작했다.
사랑은 사랑을 알아본다.
16년도 넘는 시간을 묵묵히 대전을 사랑한 잡지를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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